12월에 반팔과 반바지를 입고 “메리 크리스마스!”를 외치는 풍경, 상상이 되시나요? 차가운 눈 대신 뜨거운 모래 사장에서 산타 모자를 쓰고 파도를 타는 특별한 곳이 있답니다. 이색적인 여름 연말 분위기와 신선한 해산물 파티가 기다리는 시드니로 여러분을 초대할게요~
1. 반팔 입고 맞이하는 12월의 설렘
호주 크리스마스는 하얀 눈 대신 뜨거운 태양이 반겨주는 아주 특별한 날이에요. 한국에서는 패딩을 입고 몸을 웅크릴 때 이곳은 선글라스를 끼고 해변으로 달려가죠. 처음 시드니에 왔을 때는 한국과는 반대인 계절이 너무 낯설어서 적응하기 힘들었어요. 캐럴이 울려 퍼지는데 낯선 매미 소리가…
하지만 이제는 이 뜨거운 연말이 주는 매력에 푹 빠져버렸답니다. 추위에 떨 필요 없이 야외에서 맘껏 즐길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파란 하늘과 초록색 공원, 그리고 빨간 산타 모자의 대비가 정말 강렬하거든요. 지금부터 제가 사랑하는 시드니의 12월 이야기를 들려드릴게요.
2. 날씨와 풍경: 루돌프가 땀 흘리는 한여름
평균 기온 30도의 뜨거운 태양
12월의 시드니는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되는 시기예요. 낮 기온이 30도를 훌쩍 넘어가서 자외선 차단제는 필수품이죠. 거리를 걷다 보면 땀이 송골송골 맺힐 정도로 덥답니다. 그래서 두꺼운 코트 대신 얇은 원피스나 반팔 티셔츠를 주로 입어요. 크리스마스트리 장식 옆에 선풍기가 돌아가는 모습이 참 재미있죠.
반바지 입은 산타클로스
쇼핑몰이나 거리에 있는 산타 할아버지들도 옷차림이 가벼워요. 두꺼운 털옷 대신 반팔 셔츠에 반바지를 입은 산타를 볼 수 있거든요. 심지어 쪼리를 신고 서핑 보드를 든 산타 인형도 많아요. 이게 바로 호주 크리스마스만의 유쾌하고 쿨한 묘미가 아닐까 싶어요. 보는 것만으로도 더위가 날아가는 시원한 느낌을 주니까요.
거리마다 피어난 보랏빛 자카란다
한국에 벚꽃이 있다면 호주에는 자카란다가 있어요. 11월부터 피기 시작해서 크리스마스 시즌까지 도시를 보라색으로 물들이죠. 떨어진 꽃잎들이 바닥에 깔리면 마치 보라색 카펫을 깐 것 같아요. 초록색 트리와 보라색 꽃의 조화는 시드니에서만 볼 수 있는 절경이에요. 이 꽃이 완전히 지면 진짜 여름이 왔다는 신호랍니다.
3. 해변의 크리스마스: 눈사람 대신 ‘샌드맨’
비치의 빨간 모자 물결
크리스마스 당일, 시드니 사람들은 어디로 갈까요? 정답은 바로 바다예요. 특히 본다이 비치는 인산인해를 이루죠. 수영복 차림에 빨간 산타 모자만 쓴 사람들이 해변을 가득 메워요. 다들 맥주 한 잔씩 들고 태닝을 하며 여유를 즐긴답니다. 어디서 찍어도 화보가 되는 자유로운 분위기예요.
다만 올해는 본다이 비치 테러사건의 여파로 인파가 조금 분산될 것 같아요.
서핑 보드 타는 쿨한 산타
파도 위를 가르는 서퍼들도 이날만큼은 특별해요. 루돌프 머리띠를 하거나 산타 복장을 하고 서핑을 즐기거든요. 썰매 대신 서핑 보드를 탄 산타라니, 정말 낭만적이지 않나요? 바다를 사랑하는 호주 사람들의 유쾌한 문화를 엿볼 수 있죠. 구경하는 사람들도 환호성을 지르며 함께 축제를 즐겨요.
모래로 만드는 귀여운 눈사람
눈이 오지 않으니 눈사람을 만들 수는 없잖아요. 대신 고운 모래를 뭉쳐서 ‘샌드맨’을 만든답니다. 나뭇가지로 팔을 만들고 조개껍데기로 눈을 붙여주죠. 선글라스까지 씌워주면 완벽한 호주 스타일 눈사람이 완성돼요. 아이들과 함께 모래성을 쌓으며 보내는 크리스마스는 정말 특별한 추억이에요.

4. 식탁의 변화: 뜨거운 오븐 대신 차가운 해산물
호주인들의 소울 푸드, ‘Prawn(새우)’
영미권 국가에서는 보통 칠면조 구이나 로스트비프를 먹잖아요. 하지만 30도가 넘는 더위에 뜨거운 오븐 요리는 고역이에요. 그래서 호주 크리스마스 식탁에는 칠면조 대신 신선한 해산물이 올라오죠. 그중에서도 가장 인기 있는 건 바로 새우예요. 차가운 찐 새우를 소스에 찍어 먹는 게 국룰이랍니다.
시드니 피쉬 마켓의 36시간 전쟁
이 시즌이 되면 시드니 피쉬 마켓은 전쟁터로 변해요. 23일 새벽부터 24일 오후까지 ’36시간 논스톱 마라톤’ 영업을 하거든요. 신선한 해산물을 사려는 사람들로 주변 교통이 마비될 정도예요. 주차하는 데만 1시간이 넘게 걸리기도 하지만 포기할 수 없죠. 그 활기차고 치열한 현장 자체가 하나의 축제 같답니다.
굴과 랍스터로 차린 시원한 만찬
새우뿐만 아니라 신선한 굴도 빼놓을 수 없어요. 레몬즙만 살짝 뿌려 호로록 먹으면 바다 향이 입안 가득 퍼지죠. 여기에 삶은 랍스터나 게 요리를 곁들이면 완벽한 파티가 돼요. 불을 쓰지 않아도 되니 준비하는 사람도 덥지 않아 좋아요. 화이트 와인이나 샴페인과 함께하면 더할 나위 없지요.
5. 박싱 데이(Boxing Day): 쇼핑과 요트의 축제
1년 중 가장 큰 세일이 시작돼요
크리스마스 다음 날인 12월 26일은 ‘박싱 데이’예요. 쇼핑몰마다 재고를 처리하기 위해 파격적인 세일을 하죠. 시드니 시내의 쇼핑몰들은 새벽부터 줄을 선 사람들로 꽉 차요. 평소 갖고 싶었던 물건을 반값에 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니까요. 저도 이날만큼은 눈에 불을 켜고 쇼핑몰을 누빈답니다.
시드니부터 호바트까지 이어지는 요트 레이스의 장관
박싱 데이의 또 다른 볼거리는 요트 레이스예요. 시드니 항구에서 출발해 타즈매니아 호바트까지 가는 긴 경기죠. 수백 척의 요트가 하얀 돛을 펴고 출발하는 모습은 정말 장관이에요. 많은 사람이 절벽이나 공원에 모여 이 모습을 구경해요. 푸른 바다 위를 수놓는 요트들의 행진은 가슴을 뻥 뚫리게 해줘요.
남은 음식으로 즐기는 여유로운 휴식
쇼핑이나 외출을 하지 않는 사람들은 집에서 휴식을 취해요. 어제 먹다 남은 해산물을 먹으며 크리켓 경기를 보죠. 호주에서는 여름 스포츠인 크리켓이 정말 인기가 많거든요. 가족들과 둘러앉아 남은 음식을 처리하는 것도 소소한 재미예요. 마치 한국 명절 당일 다음날의 모습과 비슷해요. 복잡하지 않고 편안하게 연휴를 마무리하는 방법이랍니다.
6. 땀 뻘뻘 흘리며 사 온 새우의 맛
새벽 5시, 피쉬 마켓으로 출동하다
재작년 크리스마스 이브, 저도 큰맘 먹고 도전을 했어요. 남편 그리고 친구들과 최고의 해산물 파티를 즐기고 싶었거든요. 새벽 5시에 일어나 남편과 시드니 피쉬 마켓으로 향했답니다. ‘이 시간이면 사람 없겠지?’라고 생각한 건 저만의 착각이었어요. 이미 입구부터 차들이 길게 늘어서 있더라고요.
3kg 새우를 위한 치열한 눈치 싸움
마켓 안은 그야말로 발 디딜 틈이 없었어요. 여기저기서 새우를 사겠다는 외침이 들렸죠. 저도 인파를 뚫고 가장 줄이 짧은 가게 앞에 섰어요. 줄을 서서 기다리는 동안 어찌나 땀이 줄줄 흐르던지요… 결국 튼실한 킹 새우 3kg과 굴 두 더즌을 사는 데 성공했어요! 양손 가득 무거운 봉지를 들고 나오는데 어찌나 뿌듯하던지요.
레몬즙 뿌려 먹는 그 맛, 잊을 수 없죠
집에 와서 얼음물에 새우를 씻고 예쁘게 접시에 담았어요. 초장도 준비했지만 이날은 호주식으로 칵테일 소스와 레몬을 곁들였죠. 탱글탱글한 새우 살을 씹는데 단맛이 팡팡 터지더라고요. 함께한 친구들이 엄지척해 줄 때 정말 행복했어요. 이 맛 때문에 매년 그 고생을 하며 마켓에 가게 되나 봐요. 호주 크리스마스에 해산물이 빠지면 정말 섭섭하답니다.
7. 세상에서 가장 핫한 연말을 즐기세요
시드니의 12월은 뜨거운 열기만큼이나 즐거움이 가득해요. 추운 겨울의 크리스마스도 좋지만 가끔은 이런 반전 매력도 필요하죠. 수영복을 입고 캐럴을 부르는 기분, 한 번쯤 느껴보고 싶지 않으신가요?
여러분도 꼭 이 뜨거운 호주 크리스마스를 즐겨보셨으면 해요. 시원한 화이트 와인과 싱싱한 새우가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을 거예요. 남들과는 다른 특별한 연말 추억을 만드실 수 있을 거라 확신해요. 미리 메리 썸머 크리스마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