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준비의 첫 번째 질문은 “얼마나 들까?”인데요.
그래서 호주(시드니 중심) 여행 예산을 항공·숙박·식비·교통비로 나눠 보기 좋게 정리해 보았습니다.
핵심은 두 가지예요.
첫째, 내 여행 스타일에 맞는 범위를 잡을 것.
둘째, 큰 항목 하나만 잘 조정해도 총액이 확 내려간다는 점입니다.

1) 항공 – “여행의 첫 버튼”을 어떻게 끼우느냐
서울–시드니 왕복 항공은 보통 100만 원대 초반~200만 원대 초반에 형성됩니다.
경유·세일 활용 시 100만 원 안쪽도 보였고 직항·수하물·좌석 선호가 겹치면 150만 원을 훌쩍 넘기기 쉽죠.
예산은 옷깃처럼 첫 단추(항공)가 좌우합니다.
예전에 경유 편을 택했을 때 두바이 공항 밤공기를 마시며 노트북으로 일정표를 갈아엎던 기억이 있습니다.
피곤했지만, 티켓 값이 ‘숙박 업그레이드’로 돌아온 셈이었죠.
반대로 직항을 잡은 해엔 “도착 첫날 컨디션”이 여행의 품질을 책임졌습니다.
- 출국 3~6개월 전, 성수기(호주 여름·한국 겨울) 피하기.
- 경유 1회는 가격·피로의 균형점. 경유지 공항 라운지/샤워 체크.
- 수하물 포함 여부, 좌석 지정·기내식 옵션까지 총액 비교.
2) 숙박 – “창밖의 풍경”과 “지갑의 여유” 사이
시드니 숙박은 스펙트럼이 넓습니다.
호스텔 도미토리 1박 4~6만 원, 중급 호텔/에어비앤비 15~25만 원, 럭셔리 35만 원 이상이 보편적 범위예요.
하버 뷰 객실에서 맞는 아침은 명백히 값어치가 있지만 외곽 게스트하우스의 조용한 아침도 좋습니다.
제 친구는 “시티 15분 거리” 로즈베이 숙소를 골라 1박 10만 원대에 머물렀고 절약한 금액으로 브런치·전망바를 즐겼어요.
돈을 어디에 쓰고 싶은지, 풍경 vs. 체험 우선순위를 스스로 정해 보세요.
- 버짓: 50,000원 전후(도미토리/게스트하우스)
- 미드레인지: 150,000~250,000원(3~4성급/깔끔한 에어비앤비)
- 럭셔리: 350,000원~상한 없음(뷰·스파·클럽라운지)
3) 식비 – “한 끼의 행복”을 디자인하기
호주는 외식 물가가 높은 편이에요.
카페 브런치 2~3만 원, 중급 디너 6~10만 원, 파인다이닝은 20만 원 이상도 흔합니다.
그렇다고 맛을 포기할 필요는 없어요.
마트(Coles/Woolworths)에서 샐러드·샌드위치·과일을 담아 잔디밭에서 피크닉을 하면 1만 원대에도 “영화 같은 식사”가 됩니다.
해산물 플래터+와인으로 기념일을 챙기고 평일엔 슈퍼 장보기로 균형을 맞추면
총식비는 하루 3~6만 원대(절약형) ~ 8~15만 원대(평균)로 안정됩니다.
4) 교통 – 오팔(Opal) 카드 한 장으로 끝내기
시드니는 기차·버스·라이트레일·페리를 Opal 카드 하나로 이용합니다.
하루 1~2만 원으로 대부분의 시내 이동이 가능하고 야간이나 짐이 많을 땐 우버/택시로 보완하세요.
공항↔시내 택시는 한 번에 예산을 ‘씹어먹는 보스몹’ 같은 존재라, 짐이 가벼운 낮 시간에는 공항철도를 강력 추천합니다.
반대로 페리(서큘러 키↔맨리)는 몇 천 원 더 내고도 감동을 사는 교통수단—창밖 풍경 값이 포함된 셈이죠.
- 대중교통 중심: 10,000~20,000원
- 대중교통 + 우버 조금: 25,000~50,000원
- 렌터카/전일 우버: 80,000원 이상
5) 여행 스타일별 예산표(핵심 4대 항목 기준)
스타일 | 항공(왕복) | 숙박(1박) | 식비(1일) | 교통(1일) | 7박 8일 총액 대략 |
---|---|---|---|---|---|
버짓 | 1,000,000~1,400,000원 | 40,000~60,000원 | 30,000~60,000원 | 10,000~20,000원 | 1,800,000~2,500,000원 |
미드레인지 | 1,400,000~2,000,000원 | 150,000~250,000원 | 80,000~150,000원 | 25,000~50,000원 | 3,500,000~5,000,000원 |
럭셔리 | 2,500,000원~상한 없음 | 350,000원~상한 없음 | 200,000원+ | 80,000원+ | 6,000,000원+ |
※ 성수기·환율·이벤트·세금/수수료 포함 여부에 따라 변동됩니다.
6) “예산이 스르륵 줄어드는” 실전 루틴
- 항공 먼저, 숙박 나중: 항공 딜을 잡아 날짜를 고정하면 숙박·투어가 술술 연결됩니다.
- 점심은 푸짐하게 + 저녁은 가볍게: 해질녘 잔디·해변 피크닉은 비용↓ 만족도↑.
- 페리 적극 활용: 페리로 이동+관광 두 마리 토끼를 잡아보세요.
- 외곽 숙박 + 시내 디너: 숙박비를 줄이고, 저녁엔 시내로 들어와 야경을 즐기기.
- 항공: 1,600,000원 × 2 = 3,200,000원
- 숙박: 200,000원 × 7박 = 1,400,000원
- 식비: 120,000원 × 2명 × 7일 = 1,680,000원
- 교통: (대중 30,000원 × 2명 × 6일) + (공항 왕복 우버 120,000원) ≈ 480,000원
- 합계: 약 6,760,000원 (+액티비티·입장료·쇼핑 별도)
7) 번외 – TRS 환급·환전·보험 한 줄 정리
- TRS 환급: 동일 상점 300AUD 이상 구매, 출국 60일 이내 영수증·여권·물품 지참.
- 환전/결제: 해외 수수료 저렴한 카드 + 소액 현금 병행. 교통·편의점·카페 대부분 Tap to Pay.
- 여행자 보험: 의료비·수하물 지연 커버 확인(호주는 의료비가 높은 편).
마무리 – 결국 우리가 사는 것은 ‘순간’
예산표의 숫자는 지도와 같습니다.
방향을 보여주되, 길 위의 바람·햇살·향기를 대신해주진 못하죠.
카페에서 커피 한 잔 7천 원이 비싸 보일 수 있지만 그 순간 파도가 만들어내는 하얀 선과 아이들의 웃음소리까지 들어 있다면 값비싼 건 커피가 아니라 기억일지 모릅니다.
반대로 잔디에 돗자리 펴고 마트 샌드위치를 먹는 1만 원의 점심은, 가장 호주다운 한 끼가 되기도 합니다.
중요한 건 총액이 아니라, 내가 무엇을 위해 쓰는가.
이 글의 예산표로 큰 틀을 잡고, 당신만의 우선순위를 채워 넣어 보세요.
숫자는 줄어도, 여행은 더 풍성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