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에서 운전을 시작하신 분들이라면 공감하실 거예요. 운전석이 오른쪽인 것도, 차선이 반대인 것도 며칠이면 적응됩니다. 하지만 꿈에서도 나타나서 저를 괴롭히는 최종 보스가 있었으니… 바로 ‘라운드어바웃(Roundabout)’이라고 부르는 회전교차로입니다.
신호등도 없는 동그란 교차로에서 차들이 쌩쌩 도는데 도대체 언제 끼어들고 언제 나가야 하는지… 처음 운전하던 날 여기서 버벅거리다가 뒤차 호주 아저씨에게 손가락질과 함께 욕을 바가지로 먹었던 흑역사, 그리고 그때 배운 생존 법칙을 공유합니다.
1. “빵-!!” 머릿속이 하얘지던 그날
시드니 외곽으로 처음 드라이브를 나갔을 때였어요. 네비게이션이 “Go straight at the roundabout.”라고 하더라고요.
직진이니까 깜빡이를 안 켜고 진입했죠. 그런데 출구로 나가려는 순간, 맞은편에서 진입하려던 차가 저를 보고 급정거를 하면서 경적을 “빠아앙-!!!” 하고 길게 울리는 거예요. 운전자는 창문을 내리고 소리를 치는데… 저는 너무 놀라서 급브레이크를 밟았고 뒤차까지 빵빵거리는 아비규환이 됐습니다.
알고 보니 제가 나갈 때 좌측 깜빡이를 안 켜서 상대방은 제가 계속 도는 줄 알았던 거죠. 이 작은 깜빡이 하나가 사고를 부를 뻔했습니다.
2. 라운드어바웃의 절대 원칙: “내 오른쪽만 봐라”
호주 라운드어바웃의 룰은 복잡해 보이지만, 진입할 때는 딱 하나만 기억하면 됩니다. “오른쪽에 양보하세요.”
내 오른쪽에서 이미 돌고 있는 차가 있다? -> 무조건 멈춤.
내 오른쪽이 비어 있다? -> 진입 가능.
왼쪽에서 오는 차는 신경 쓰지 마세요. 그 차들이 나를 보고 멈춰야 하니까요. 오직 오른쪽만 주시하다가 빈틈이 생기면 과감하게 엑셀을 밟아야 합니다. 머뭇거리면 뒤에서 바로 경적 날아와요.
3. 욕 안 먹는 ‘깜빡이(Indicator)’ 공식 3가지
제가 욕먹었던 이유, 바로 이 깜빡이 타이밍 때문인데요. 한국이랑 다릅니다. 이것만 외우세요.
| 진행 방향 | 진입할 때 (Enter) | 나갈 때 (Exit) |
| 좌회전 (Left) | 좌측 깜빡이 켜기 |
좌측 유지하며 나감 (제일 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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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회전 / U턴 (Right) | 우측 깜빡이 켜기 |
돌다가 출구 앞에서 좌측으로 변경 (핵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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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직진 (Straight) | 끄기 (안 켬) |
내 출구가 보이면 좌측 켜고 나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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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많이 틀리는 게 직진이에요. 진입할 땐 아무것도 안 켜지만, 나갈 때는 “나 이제 나갈 거야!”라고 신호를 줘야 기다리던 차들이 안심하고 진입할 수 있거든요. 즉, 들어갈 땐 방향대로, 나갈 땐 무조건 좌측 깜빡이! 이걸 안 해주면 뒤차들이 “쟤가 나오는 거야, 마는 거야?” 하고 헷갈려서 화를 냅니다. 저처럼요.
4. 2차선 라운드어바웃의 공포 (차선 지키기)
동네 작은 라운드어바웃은 괜찮지만, 차선이 2개 이상인 큰 곳은 지옥입니다. 여기서도 공식이 있어요.
– 왼쪽 차선: 좌회전 또는 직진만 가능.
– 오른쪽 차선: 우회전, 유턴 또는 직진만 가능.
초보들이 가장 많이 하는 실수가 ‘오른쪽 차선에서 좌회전’ 하거나 ‘왼쪽 차선에서 우회전’ 하는 거예요. 이러면 옆 차와 100% 충돌합니다. 바닥에 그려진 화살표를 꼭 미리 확인하세요.
5. 초보를 위한 현실적인 팁 (방어 운전)
이론은 완벽해도 실전은 다르죠. 제가 1년 넘게 운전하며 터득한 생존 팁입니다.
– 남의 깜빡이를 100% 믿지 마세요: 깜빡이 안 켜고 훅 들어오는 차, 반대로 켜고 직진하는 차들 호주에도 많습니다. 눈을 마주치거나 바퀴가 꺾이는 방향을 보세요.
– 애매하면 그냥 한 바퀴 더 도세요: 출구를 놓쳤거나 차선 변경을 못 했다면? 당황해서 급정거하지 말고 그냥 한 바퀴 뺑 도세요. 어차피 원형이니까 다시 기회가 옵니다. 이게 가장 안전해요.
– 큰 차 옆은 피하세요: 버스나 트럭은 라운드어바웃에서 차선을 두 개씩 먹고 돕니다. 그 옆에 붙지 말고 보내고 가세요.
6. 결론: 깜빡이는 ‘배려’입니다
호주 사람들은 평소엔 느긋하다가도 운전대만 잡으면 성격이 급해지는 경향이 있어요. 특히 라운드어바웃에서 머뭇거리면 가차 없죠.
하지만 욕먹는 걸 너무 두려워 마세요. “나갈 때 좌측 깜빡이!” 이 습관만 들이면, 서로 오해 없이 물 흐르듯 통과할 수 있답니다. 오늘도 안전 운전 하시고, 무사히 목적지까지 도착하시길 응원할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