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피쉬 앤 칩스 주문법과 메뉴 완벽 정리

호주 피쉬 앤 칩스

시드니의 눈부신 해변, 갓 튀긴 피쉬 앤 칩스, 바다 냄새가 섞인 공기. 호주 생활의 낭만을 한 장면으로 표현하라면 저는 주저 없이 이 장면을 고를 거예요.

그런데 처음 피쉬 앤 칩스 가게에 들어갔을 때를 기억해요. 직원이 주문을 받더니 무심하게 툭 던졌어요.

“Chicken salt or plain salt?”

생선 튀김을 시켰는데 왜 닭고기 소금을 물어보지? 순간 머릿속이 하얘져서 그냥 “Yes…” 라고 얼버무렸어요. 지금은 13년 차 시드니 생활자로서 치킨 솔트 예찬론자가 됐지만요. 오늘은 그 첫 당황의 기억부터 지금까지 쌓인 피쉬 앤 칩스 완전 정복기를 털어드릴게요.

호주 피쉬 앤 칩스

치킨 솔트(Chicken Salt) — 호주 피쉬 앤 칩스의 영혼

치킨 솔트는 호주 피쉬 앤 칩스 문화를 이해하는 첫 번째 관문이에요.

닭고기가 들어간 게 아니에요. 원래 로티세리 치킨(통닭 구이)에 뿌리기 위해 개발된 양념 소금이라서 이름이 그렇게 붙었을 뿐이에요. 지금은 모든 튀김 요리의 만능 조미료로 쓰여요.

소금에 마늘 가루, 양파 가루, 파프리카를 황금 비율로 섞은 건데 색깔이 약간 형광빛 도는 진한 노란색이에요. 한국인 입맛으로 표현하면 라면 스프의 고급진 버전, 혹은 치토스 가루 맛과 비슷해요. 감칠맛이 폭발해서 한 번 맛보면 하얀 소금은 싱거워서 못 먹어요.

호주 사람 10명 중 9명은 무조건 치킨 솔트예요. 직원이 물어보면 망설이지 말고 “Chicken salt, please!” 라고 외치세요. “Both(둘 다)”는 너무 짜서 비추예요.

집에서도 즐기려면: 울월스, 콜스에서 Mitani 브랜드 치킨 솔트 ($3~4)를 팔아요. 삼겹살, 계란 프라이, 감자튀김에 뿌려도 맛있어요. 한국 가져가는 선물로도 인기 만점이에요.

생선 메뉴 완전 정복 — 뭘 골라야 할까요?

메뉴판에 낯선 영어 이름들이 늘어서 있으면 당황스럽죠. 특징별로 정리해드릴게요.

생선특징가격대추천 여부
바라문디 (Barramundi)호주 국민 생선. 살 두툼하고 비린내 거의 없음$15~22★★★
스내퍼 (Snapper, 도미)한국인에게 가장 익숙한 맛. 쫄깃한 식감$14~18★★★
플랫헤드 (Flathead, 양태)현지인 선호 1위. 살이 달큰하고 단단함$13~17★★★
화이팅 (Whiting)작고 가벼워서 아이들이 좋아함$10~14★★
바사 (Basa)저렴한 냉동 수입 메기류. 식감 흐물거림$8~12

현지인 추천 조합: 저는 바라문디 + Beer Battered 조합을 13년째 먹고 있어요. 맥주 반죽이 더 바삭하고 풍미가 깊어요.

주의: 메뉴판에 “Fish of the Day” 라고 적혀 있고 가격이 유독 싸면 99% 바사예요. 가성비는 좋지만 미식을 원하신다면 피하는 게 나아요.

튀김옷 선택 — Battered vs Crumbed vs Grilled

생선을 골랐으면 직원이 또 물어봐요. “How would you like that cooked?”

Battered (배터드): 밀가루 반죽을 입혀 튀긴 가장 클래식한 스타일. Beer Battered라고 적혀 있으면 맥주 반죽이라 더 바삭하고 풍미가 좋아요. 겉바속촉의 정석이에요.

Crumbed (크럼드): 빵가루를 입혀 튀긴 것. 일본식 돈가스와 비슷해요. 더 바삭하지만 기름을 더 머금어요.

Grilled (그릴드): 구운 것. 튀김이 느끼하거나 건강을 챙기고 싶을 때. 레몬과 허브를 뿌려줘서 깔끔해요.

시드니에선 감자전을 ‘Scallops’라고 불러요

사이드 메뉴에서 꼭 알아야 할 함정이 있어요. 메뉴판에 “Potato Scallops” 가 있으면 관자 요리가 아니에요. 감자를 얇게 썰어 튀김옷을 입혀 튀긴 감자 전병이에요. 멜버른에서는 “Potato Cakes”라고 부르지만 시드니(NSW)에서는 무조건 Scallops예요. 개당 $1.5~2 정도로 저렴해서 감자튀김 대신 사이드로 하나 집어 먹기 좋아요.

몰트 비네거(Malt Vinegar) — 처음엔 의심스럽지만

테이블에 케첩 옆 갈색 액체가 든 병이 있어요. 간장이 아니라 몰트 비네거(Malt Vinegar)예요.

영국 문화의 영향으로 뜨거운 감자튀김에 이걸 뿌려 먹어요. 처음엔 “튀김이 눅눅해지게 왜 식초를?” 싶었는데, 막상 뿌려보니 산미가 기름진 맛을 싹 잡아줘서 오히려 더 개운해요. 감자튀김의 절반은 치킨 솔트로, 나머지 절반은 비네거로 드셔보세요. 신세계가 열려요.

갈매기와의 전쟁 — 야외에서 드실 때 주의사항

지난 여름 본다이 비치 옆 잔디밭에서 30분 기다려 산 피쉬 앤 칩스 포장을 뜯는 순간이었어요. 감자튀김을 하늘 높이 들어 올리며 “맛있겠다!” 하는 순간, 갈매기가 낚아챘어요. 몰려드는 갈매기를 쫓아내느라 밥이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 몰랐어요.

호주 갈매기는 한국 비둘기보다 훨씬 뻔뻔하고 빨라요. 절대로 음식을 머리 위로 들거나 던져주는 시늉을 하지 마세요. 순식간에 수십 마리가 몰려와요. 야외에서 드실 때는 지붕 있는 피크닉 테이블이나 파라솔 아래가 안전해요.

시드니 현지 피쉬 앤 칩스 맛집

13년 살면서 자주 찾는 곳들이에요.

Doyle’s on the Beach (왓슨스 베이): 시드니에서 가장 유명한 피쉬 앤 칩스 가게예요. 항구 뷰를 보면서 먹는 분위기가 최고예요. 바라문디 피쉬 앤 칩스가 $28~35 정도로 비싸지만 한 번은 경험해볼 만해요. 페리 타고 가는 것도 묘미예요.

The Fishmonger (본다이, 맨리 등 여러 지점): 현지인들이 일상적으로 많이 찾는 곳이에요. 합리적인 가격($15~25)에 신선한 생선을 맛볼 수 있어요. 줄이 길면 맛집 증거예요.

동네 로컬 피쉬 앤 칩스: 사실 저는 유명 맛집보다 동네 허름한 가게를 더 좋아해요. 회전율이 높아서 튀김이 항상 신선하거든요. 튀기는 냄새가 나는 곳, 현지 가족들이 앉아서 먹는 곳을 찾아 들어가보세요. 실패 확률이 낮아요.

호주 Birds Eye 브랜드의 냉동 피쉬 앤 칩스

집에서도 맛있게 — 마트 냉동 피쉬 앤 칩스

매번 사 먹기 부담스러울 때는 마트 냉동 코너로 가보세요. Birds Eye 브랜드의 Barramundi 또는 Whiting 제품이 가성비 최고예요. 냉동 그대로 에어프라이어 180도에서 15~20분 돌리면 파는 것 못지않게 바삭해요.

수제 타르타르소스 레시피: 마요네즈 3큰술 + 다진 양파 + 다진 피클 + 레몬즙 조금 + 후추. 섞기만 하면 완성이에요.

남은 튀김 살리기: 남긴 피쉬 앤 칩스를 전자레인지에 돌리면 눅눅해져요. 에어프라이어 180도 5분이면 다시 바삭해져요. 남은 생선 튀김을 식빵 사이에 넣고 타르타르소스와 양상추를 끼우면 다음 날 아침 피쉬 버거로 변신해요.

호주를 이해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해변 근처 허름한 피쉬 앤 칩스 가게에 들어가 현지인들 틈에서 치킨 솔트를 뿌려 먹는 거예요. 비싼 레스토랑이 아니어도 좋아요. 기름 배어 나온 종이 포장을 뜯는 순간의 그 행복이 있거든요. 갈매기만 조심하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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