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살다가 호주에 처음 이민 왔을 때 화장실 청소로 제대로 된 세례를 받았어요. 이민 초기에 이사 들어간 집에서 대청소를 하겠다고 욕실 바닥에 세제를 잔뜩 뿌리고 샤워기를 끌어다 시원하게 물을 콸콸 쏟아부었죠.
그런데 이상하더라고요. 물이 안 빠지는 거예요. 아무리 기다려도 고여있는 물이 줄어들 기미가 없었어요. 자세히 보니 변기 옆에 있어야 할 배수구가 없었어요. 물은 점점 차올라 문지방을 향해 흘러가고 있었고 문 밖은 카펫이 깔린 복도였어요.
기겁해서 집 안의 수건을 다 끌어모아 20분 동안 바닥을 닦았습니다. 그날 깨달았어요. 호주 화장실은 한국이랑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청소해야 한다는 걸요.

왜 호주 화장실에는 배수구가 없을까요?
호주 집은 기본적으로 건식(Dry Bathroom) 구조예요. 욕실을 방의 연장으로 보는 문화라서 샤워 부스 바깥 바닥은 항상 마른 상태를 유지해야 해요. 맨발이나 양말 신고 들어가도 발이 젖지 않는 게 기본이에요.
특히 오래된 아파트는 샤워 부스 밖 타일 아래 방수층이 없는 경우가 많아요. 물을 흥건하게 쓰면 타일 틈새로 스며들어서 아랫집 천장에 물이 새는 사고로 이어질 수 있어요. 실제로 호주에서 이런 누수 분쟁이 꽤 흔하고, Strata(건물 관리 주체)나 집주인에게 수리비 청구가 들어오는 상황이 생기기도 해요. 렌트 중이라면 더욱 주의해야 하는 이유예요.
바닥 청소 1단계 — 청소기부터 돌리세요
처음엔 화장실에 청소기를 들고 가는 게 너무 어색했어요. 13년이 지난 지금은 이게 제일 효율적인 방법이라고 확신해요.
건식 화장실의 바닥은 항상 말라 있어서 머리카락과 먼지가 바람에 굴러다녀요. 이걸 빗자루로 쓸면 오히려 흩날려서 비효율적이에요. 거실 청소할 때 화장실 문을 활짝 열고 청소기 헤드를 작은 것으로 교체해서 구석구석 밀어버리면 머리카락, 먼지, 각질까지 한 번에 정리돼요.
물기가 없으니 청소기가 망가질 걱정도 없어요.
바닥 청소 2단계 — 물청소 대신 스프레이 밀대 걸레질
청소기로 건식 먼지를 제거했다면 이제 닦을 차례예요. 절대 바가지로 물을 들이붓지 마세요. 스프레이 밀대가 호주 건식 욕실 청소의 핵심 도구예요.
저는 Kmart의 스프레이 밀대($15~20 선)를 써요. 손잡이를 당기면 물이 칙칙 분사되는 방식이라 바닥이 흥건해지지 않고, 금방 말라서 곰팡이 걱정도 훨씬 덜해요.
밀대 통에는 맹물만 넣기 찝찝하죠. 저는 물과 식초를 10:1 비율로 섞고, 유칼립투스 오일(Woolworths나 Coles에서 $5~8에 살 수 있어요)을 3~4방울 넣어요. 살균 효과도 있고 특유의 시원한 향이 화장실에 오래 남아요. 비싼 전문 세제 살 필요 없이 타일이 뽀드득해집니다.

샤워 부스 유리 물때 — 스퀴지 없이는 못 살아요
호주 욕실의 최대 난적은 샤워 부스 유리예요. 호주 수돗물에는 석회질(Limescale)이 많아서 물기를 그냥 두면 하얀 물방울 자국이 그대로 굳어버려요. 한번 자리 잡은 석회 물때는 세제를 써도 잘 안 지워질 정도로 완고해요.
해결책은 딱 하나예요. 샤워 직후에 스퀴지(Squeegee, 고무 닦개)로 유리 물기를 싹 긁어내는 것. 선택이 아니라 필수예요. 저는 샤워 부스 안에 아예 스퀴지를 걸어두고 샤워 끝나면 30초 안에 물기를 제거해요. Kmart나 Bunnings에서 $1.50면 살 수 있어요.
이미 유리가 뿌옇게 됐다면 제가 쓰는 비법 배합을 써보세요. 주방 세제와 식초를 1:1로 섞어서 유리에 바르고 30분 두었다가 부드러운 수세미로 문지르면 투명하게 살아나요. 저는 전문 석회 제거제(Lime Away, $8~12)도 써봤는데 식초 배합이 더 효과가 좋았어요.
곰팡이 예방 — 환풍기는 끄지 마세요
호주 아파트 욕실엔 창문이 없는 구조가 많아요. 이런 경우 환풍기 관리가 곰팡이 예방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저는 샤워 시작할 때부터 환풍기를 켜고, 샤워 끝나고도 최소 1시간은 켜둬요. 전기세가 조금 더 나와도 곰팡이 제거제(Mould Killer) 사는 돈이 훨씬 많이 들거든요.
실리콘 줄눈에 이미 검은 곰팡이가 생겼다면 Woolworths나 Bunnings에서 파는 Selleys Rapid Mould Killer($6.45) 를 추천해요. 뿌리고 10분 후 물로 헹구면 되는데, 냄새가 강하니 마스크 착용은 필수고 환풍기를 최대로 켜두세요. 다만 자주 쓰면 실리콘이 상하니까 예방이 최선이에요.
청소 루틴 요약
| 청소 항목 | 방법 | 주기 |
|---|---|---|
| 바닥 먼지·머리카락 | 청소기 | 주 1~2회 |
| 바닥 닦기 | 스프레이 밀대 + 식초물 | 주 1회 |
| 샤워 유리 물기 제거 | 스퀴지 | 샤워할 때마다 |
| 샤워 유리 물때 제거 | 식초+세제 배합 | 월 1~2회 |
| 곰팡이 예방 | 환풍기 1시간 이상 가동 | 매일 |
| 곰팡이 제거 | Mould Killer | 생겼을 때 |
처음엔 물청소를 못 하는 게 너무 답답했어요. 한국에서 박박 문질러야 청소한 것 같은 기분이 드는데, 여기선 그게 오히려 사고의 시작이니까요. 그런데 13년 살다 보니 건식의 매력이 있어요. 슬리퍼가 눅눅해질 일이 없고, 청소 자체가 훨씬 빠르고 간단해요.
딱 세 가지만 기억하세요. 청소기, 스프레이 밀대, 스퀴지. 이 세 가지면 호주 욕실 완벽하게 관리할 수 있어요.






